동부 지중해 크루즈, 4월과 10월 중 언제 갈까 — 산토리니에는 큰 배가 댈 부두가 없습니다

산토리니 칼데라 한가운데 닻을 내린 크루즈선

지중해 크루즈를 알아보다 보면 금방 두 갈래로 나뉩니다. 바르셀로나·로마 쪽의 서부, 그리고 그리스 섬과 아드리아해 쪽의 동부입니다. 사진으로 가장 많이 보신 흰 집과 파란 지붕은 동부에 있습니다.

그런데 동부 지중해는 항구마다 배에서 내리는 방법이 다릅니다.

산토리니에는 큰 배가 댈 부두가 없고, 베니스는 큰 배가 도시 한가운데로 들어가지 못합니다. 이번 글에서는 2027년 달력에 있는 동부 지중해 일정 두 개를 놓고, 봄(4월)과 가을(10월) 중 언제가 나은지, 그리고 내리기 전에 알아둘 것을 미리 걸어보겠습니다.

0. 먼저 말씀드릴 것 — 이 글은 '다녀온 후기'가 아닙니다

저는 동부 지중해를 배로 한 번 다녀왔습니다. 하지만 2027년의 이 일정들은 아직 다녀오지 않았습니다. 제가 탔던 항해와는 배도, 들르는 순서도 다릅니다. 그래서 이 글은 후기가 아니라, 공개된 자료를 놓고 미리 걸어보는 글로 씁니다.

이 글에 없는 것도 미리 말씀드립니다. 배 이름은 쓰지 않습니다. 특정 크루즈 회사를 띄우는 글로 읽히지 않았으면 해서입니다. 방값도 없습니다. 날짜별 일정표도 싣지 않았습니다. 대신 일정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것, 그러니까 그 항구에 배가 어떻게 닿고, 내려서 무엇이 기다리는지를 적었습니다. 규정과 숫자는 글 끝에 출처를 달았습니다.

1. 2027년 달력에는 동부 지중해가 두 번 있습니다

언제며칠들르는 곳
4월10일아테네 · 산토리니 · 미코노스
10월13일베니스 · 코토르 · 아테네

같은 "동부 지중해"지만 성격이 다릅니다. 4월은 에게해의 섬이 중심이고, 10월은 아드리아해에서 시작해 그리스로 내려오는 긴 일정입니다. 4월 일정은 이미 자리가 찼습니다. 그래도 봄의 에게해가 어떤지는 가을과 견주어 볼 만해서 같이 적습니다.

2. 산토리니 — 큰 배가 댈 부두가 없습니다

위에서 내려다본 산토리니 옛 항구와 작은 배들
산토리니 옛 항구. 작은 배가 승객을 실어 나르고, 절벽에는 계단길이 나 있습니다 (사진: Pexels)

산토리니 사진에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크루즈선을 보신 적 있을 겁니다. 멋으로 거기 서 있는 게 아닙니다. 큰 배가 댈 부두가 없어서 닻을 내리고 서 있는 것입니다.

그래서 승객은 작은 배로 갈아타고 옛 항구로 들어갑니다. 그런데 마을(피라)은 항구 바로 위, 해발 250미터 절벽 꼭대기에 있습니다. 올라가는 길은 둘입니다. 케이블카를 타거나, 558계단을 걸어 올라갑니다. 차가 다니는 길은 없습니다.

이 구조 때문에 생기는 일이 있습니다. 배가 여러 척 들어온 날에는 케이블카 줄이 길어집니다. 2026년 7월 말에는 계단길 옆 담장이 무너져 계단이 일주일쯤 닫혔고, 그동안은 올라가는 길이 케이블카 하나뿐이었습니다. 산토리니가 2025년부터 크루즈 승객을 하루 8,000명까지로 묶어 둔 것도 이 좁은 길목 때문입니다.

무릎이 불편하시거나 부모님과 함께라면 이 항구에서는 올라가고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넉넉히 잡으셔야 합니다. 배로 돌아가는 마지막 작은 배 시간도 꼭 확인하세요.

3. 아테네 — 아크로폴리스는 시간을 예약하고 들어갑니다

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기둥
파르테논 신전. 지금은 한 시간 단위로 들어가는 시간을 정해 표를 삽니다 (사진: Pexels)

아테네에서 배가 닿는 곳은 피레우스 항구입니다. 아크로폴리스가 있는 시내까지는 따로 이동해야 합니다.

알아둘 것은 들어가는 방식입니다. 그리스 문화부는 2023년 9월부터 아크로폴리스 입장객을 하루 2만 명으로 묶고, 한 시간 단위로 들어가는 시간을 정해 표를 팝니다. 표를 살 때 시간을 고르는 방식이라, 배에서 내린 뒤 "가서 사면 되겠지" 하면 원하는 시간이 없을 수 있습니다.

단체로 움직이는 일정이라면 이 예약이 일정표에 들어 있는지를 보시고, 따로 다니실 거라면 배가 닿는 시간과 입장 시간 사이에 여유가 있는지를 보시면 됩니다.

4. 베니스 — 큰 배는 산마르코 앞을 지나가지 못합니다

물 위에서 바라본 베니스 주데카 운하와 성당
베니스 주데카 운하. 2021년 8월부터 큰 크루즈선은 이 물길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(사진: Pexels)

예전 사진에는 거대한 크루즈선이 산마르코 광장 앞을 지나가는 장면이 있습니다. 지금은 볼 수 없습니다. 이탈리아 정부가 2021년 8월 1일부터 2만 5천 톤이 넘는 배가 주데카 운하와 산마르코 앞바다를 지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입니다.

그래서 큰 크루즈선은 본섬이 아니라 육지 쪽의 다른 부두를 씁니다. 크루즈 회사에 따라서는 근처 다른 도시의 항구를 쓰기도 합니다. "베니스 출발"이라고 적혀 있어도 배를 타는 곳은 본섬이 아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.

일정표에서 '타는 항구'가 어디인지, 거기까지 어떻게 가는지를 꼭 확인하세요. 짐을 끌고 본섬의 다리를 건너는 일은 생각보다 힘듭니다.

5. 코토르 — 들어가는 길이 이미 구경입니다

산으로 둘러싸인 코토르 만에 들어와 있는 크루즈선
몬테네그로 코토르 만. 배가 산 사이 물길을 한참 지나 들어옵니다 (사진: Pexels)

몬테네그로의 코토르는 바다에서 한참 들어간 만(灣)의 맨 안쪽에 있습니다. 배가 산 사이 물길을 천천히 지나 들어가기 때문에, 닿기 전부터가 이 항구의 구경거리입니다. 그날 아침은 갑판에 나와 계시길 권합니다.

내리면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가 바로 앞입니다. 차가 다니지 않는 작은 마을이라 천천히 걷기 좋습니다. 뒤쪽 산 위 요새까지는 계단이 1,350개쯤 됩니다. 전망은 좋지만 가파릅니다. 무리하지 않으셔도 구시가지만으로 반나절이 갑니다. 큰 배는 여기서도 닻을 내리고 작은 배로 승객을 옮기는 날이 있습니다.

6. 2025년부터 생긴 것 — 그리스 크루즈 승객 부담금

그리스는 2025년 7월 1일부터 크루즈로 들어오는 승객에게 항구에 내릴 때마다 부담금을 매기기 시작했습니다. 철과 섬에 따라 금액이 다릅니다.

철산토리니 · 미코노스그 밖의 그리스 항구
6월~9월1인 20유로1인 5유로
4월 · 5월 · 10월1인 12유로1인 3유로
11월~3월1인 4유로1인 1유로

4월과 10월은 가운데 줄입니다. 이 돈을 어떻게 받는지는 크루즈 회사마다 다릅니다. 뱃삯의 '항만비·세금' 칸에 넣는 곳도 있고, 배 안에서 따로 청구하는 곳도 있습니다. 일정표나 견적서를 받으시면 이 부담금이 들어 있는지, 따로 내는지를 한 번 물어보세요. «가격표에 없는 비용 10가지»에서 말씀드린 바로 그 칸입니다.

7. 4월과 10월, 무엇이 다른가

바다에 바짝 붙어 선 미코노스의 흰 집들
미코노스의 바닷가 집들. 봄과 가을에는 한여름보다 덜 붐빕니다 (사진: Pexels)
4월 (에게해 섬 · 10일)10월 (아드리아해에서 그리스로 · 13일)
날씨선선합니다. 걷기 좋고 바닷바람이 찰 수 있습니다여름 더위가 빠진 뒤입니다. 낮은 따뜻하고 저녁은 선선합니다
바닷물아직 찹니다. 물놀이 철은 아닙니다여름 내내 데워져 봄보다 따뜻합니다
붐비는 정도둘 다 한여름보다 덜 붐빕니다
해날마다 길어집니다날마다 짧아집니다
그리스 부담금둘 다 가운데 줄(산토리니·미코노스 12유로, 그 밖 3유로)
일정의 성격섬 사이를 짧게 옮겨 다닙니다길고 느긋합니다. 바다 위에서만 보내는 날이 더 많습니다

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. 4월은 섬을 걷는 여행, 10월은 배에서 쉬는 날이 섞인 긴 여행입니다.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과 체력에 맞는 쪽이 있습니다.

8. 가기 전에 — 거리와 시차

동부 지중해는 일본 일주와 정반대입니다. «일본 일주 미리보기»에서는 비행 2시간 25분에 시차가 없다고 적었습니다. 여기는 배 타는 도시까지 비행기로 열두 시간 넘게 걸리고, 직항이 없으면 한 번 갈아탑니다. 시차는 서머타임 기간 기준으로 그리스가 한국보다 6시간, 이탈리아가 7시간 늦습니다.

그래서 이 항로는 배 뜨기 하루 이틀 전에 도착하는 일정인지가 더 중요합니다. 열두 시간을 날아와 그날 바로 배에 오르면 첫 며칠을 시차와 함께 보냅니다. «첫 크루즈 준비 10가지»에서 말씀드린 "배 뜨는 날 비행기로 도착하지 말 것"이 가장 크게 적용되는 항로입니다.

9. 이런 분께 맞고, 이런 분께는 안 맞습니다

정직하게 양쪽을 다 적겠습니다.

맞는 분

  •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을 직접 보고 싶었던 분 — 흰 집과 파란 지붕, 물 위의 도시, 산에 둘러싸인 만이 한 일정에 있습니다
  • 크루즈를 한 번 타 보신 분 — 긴 비행과 시차를 감당할 만큼 배가 익숙하다면 만족이 큽니다
  • 시간이 넉넉한 분 — 특히 10월의 13일은 길게 쉴 수 있는 분에게 맞습니다
  • 한여름 더위와 인파를 피하고 싶은 분 — 4월과 10월은 그 바깥입니다

안 맞는 분

  • 첫 크루즈인 분 — 비행과 시차라는 벽이 높습니다. 가까운 바다부터 타 보시길 권합니다
  • 계단과 오르막이 힘든 분 — 산토리니와 코토르는 걸어야 보이는 곳입니다. 케이블카 줄도 감안하셔야 합니다
  • 물놀이가 목적인 분 — 4월의 바닷물은 찹니다
  • 휴가가 짧은 분 — 열흘도 오가는 날을 빼면 빠듯합니다

마무리 — 내리는 방법까지가 그 항구입니다

동부 지중해를 사진으로 보면 어디나 비슷하게 아름답습니다. 그런데 배로 가 보면 항구마다 다릅니다. 닻을 내리고 작은 배로 갈아타는 섬이 있고, 시간을 예약해야 들어가는 유적이 있고, 큰 배가 못 들어가는 도시가 있습니다. 내리는 방법까지가 그 항구입니다.

이 글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다녀온 후기가 아니라 미리 걸어 본 글입니다. 날짜별 일정표가 공개되면 그때 다시 정리하겠습니다. 그리고 이 일정에 「다녀왔습니다」를 붙일 수 있게 되면, 그때는 진짜 후기를 쓰겠습니다.

※ 들르는 항구와 일정은 2026년 10월 기준 공개 자료를 정리한 것으로, 크루즈 회사 사정·날씨·현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. 부담금·입장 규정은 바뀔 수 있으니 떠나기 전에 다시 확인하세요. 배 이름은 특정 회사를 띄우는 글로 읽히지 않게 하려고 넣지 않았고, 방값은 쓰지 않았습니다. 이 글은 특정 회사나 상품을 추천하지 않으며, 개인 여행 기록입니다.

참고한 자료 — 그리스 크루즈 승객 부담금: GTP(그리스 관광 전문 매체) 2025년 6월 12일 보도, 법률 5162/2024 · 산토리니 계단길 폐쇄와 재개: Cruise Industry News 2026년 7월 30일·8월 보도 · 산토리니 크루즈 승객 하루 8,000명 상한: 2025년 시행, 크루즈 전문 매체 보도 · 아크로폴리스 입장 제한: 그리스 문화부 2023년 9월 시행(CNN·워싱턴포스트 보도) · 베니스 대형선 통행 금지: 이탈리아 정부 2021년 8월 1일 시행(워싱턴포스트 보도) · 코토르 요새 계단 수: 현지 관광 안내 기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