3대가 같이 가면 꼭 한 사람이 고생합니다 — 배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

크루즈 갑판 위의 어린이 물놀이터 — 지니 촬영

가족여행을 3대가 같이 가자는 말은 자주 나옵니다. 그런데 막상 다녀오면 이런 말도 같이 나옵니다.

다음엔 그냥 우리끼리 가자.

이유는 대체로 같습니다. 누군가 한 사람이 내내 고생하기 때문입니다.

손주는 뛰어다니고 싶은데 할머니 걸음에 맞춰야 합니다. 어른은 좀 쉬고 싶은데 아이가 심심해합니다. 부모 세대는 통역하랴 길 찾으랴 예약하랴 정신이 없습니다. 셋 중 누구도 자기 여행을 못 합니다.

저는 이게 3대 여행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. 같이 다녀야 하니까 생기는 일이라고요. 그러다 크루즈에서 다른 장면을 봤습니다.

같이 안 다녀도 되는 구조

배 위에서 본 3대 가족은 하루 종일 따로 있었습니다.

손주는 물놀이터에 있었습니다. 배 안에 이런 게 있습니다.

크루즈 갑판 위의 어린이 물놀이터 — 미끄럼틀과 분수, 얕은 풀이 한 층에 모여 있다
배 한 층이 통째로 물놀이터입니다 (지니 촬영 · 다른 승객은 가렸습니다)

미끄럼틀, 물이 쏟아지는 통, 얕은 풀, 분수. 한 층이 통째로 물놀이터입니다. 아이는 여기서 몇 시간이고 놉니다.

그동안 할머니는 갑판 의자에 앉아 계셨습니다. 아이를 보러 가지 않으셨습니다.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. 물놀이터는 배 안이고, 배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.

자녀 세대는 배가 선 항구에 내려서 자기들끼리 돌아다녔습니다. 저녁에 다시 배로 돌아왔고요. 그리고 저녁 식사 때 한 식탁에 모였습니다.

이게 왜 되는가 — 세 가지

하나. 배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

육지 여행에서 아이를 혼자 두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. 배에서는 그 걱정이 없습니다. 아이가 갈 수 있는 곳이 배 안뿐입니다.

그래서 어른이 아이를 계속 따라다니지 않아도 됩니다. 이 한 가지가 3대 여행의 가장 큰 짐을 덜어줍니다.

둘. 이동이 없습니다

3대 여행이 힘든 두 번째 이유는 이동입니다. 공항에서 호텔로, 호텔에서 관광지로, 다시 다음 도시로. 짐을 싸고 풀고, 버스를 기다리고, 체크인을 하고.

세대마다 체력이 다른데 이동 속도는 하나입니다. 그래서 제일 느린 사람에게 맞추거나, 그 사람이 무리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.

크루즈는 자는 동안 배가 움직입니다. 짐은 첫날 한 번만 풀고, 열흘 내내 같은 방에서 잡니다. 이동이라는 항목 자체가 일정에서 사라집니다.

셋. 식사가 정해져 있습니다

아이 먹을 것, 어른 먹을 것, 어르신 드실 것을 매 끼니 찾아다니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.

배 안에서는 아침·점심·저녁·간식이 다 포함이고, 한 식당에 여러 메뉴가 같이 있습니다. 죽이나 생선처럼 순한 것도 늘 있고요. 어디서 뭘 먹을지 정하는 일이 없어집니다.

그래서 각자 뭘 하나

제가 본 것과, 다른 가족들 이야기를 들어 정리하면 대략 이렇습니다.

낮에저녁에
손주물놀이터 · 키즈클럽 · 수영장한 식탁
자녀 세대항구에 내려서 구경 · 헬스장 · 공연한 식탁
어르신갑판 의자 · 선상 카페 · 낮잠한 식탁

핵심은 마지막 칸입니다. 따로 놀다가 저녁에 만나는 것. 이게 3대 여행에서 제일 어려운 건데, 배에서는 그냥 됩니다.

그래도 미리 알아두실 것

정직하게 몇 가지 덧붙입니다.

  • 물놀이터는 배마다 다릅니다. 큰 배에는 물놀이터와 키즈클럽이 따로 있지만, 작은 배에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. 3대가 같이 간다면 아이 시설이 있는 배인지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.
  • 키즈클럽은 나이대가 나뉩니다. 보통 세 살 이상부터 받고, 기저귀를 떼지 않은 아이는 물놀이터에 못 들어가는 배도 있습니다. 아이 나이를 먼저 말씀해 주시면 같이 확인해 드립니다.
  • 객실은 붙어 있는 게 좋습니다. 3대가 방을 따로 쓰더라도 층이 갈리면 왔다 갔다가 번거롭습니다. 예약할 때 인접 객실로 묶어 달라고 하면 됩니다.
  • 어르신 방은 중앙·저층이 편합니다. 흔들림이 가장 적고, 엘리베이터와 식당까지 걷는 거리가 짧습니다.

마무리

3대 여행이 어려운 건 사이가 나빠서가 아닙니다.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 구조 때문입니다.

크루즈는 그 구조를 바꿉니다. 각자 자기 속도로 하루를 보내고, 저녁에 한 식탁에 모입니다. 제가 배에서 본 3대 가족은 아무도 고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.

어느 배가 아이 시설이 있는지, 어느 항로가 3대에게 무리가 없는지는 배마다 다릅니다. 궁금하시면 편하게 물어보세요. 판매나 예약 대행은 하지 않고, 겪어서 알게 된 것을 그대로 말씀드립니다.